세계적으로 원전 산업이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원전해체 산업 또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 영구 정지한 원전은 전 세계에 209기 가운데 21기만이 완전히 해체를 완료했다. IAEA는 2050년까지 총 588기의 원전이 영구 정지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원전해체 시장은 400조원이 넘는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원전해체 산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원전해체 경험이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스위스 4개 국가가 전부다. 이에 국내 원전해체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기술개발 기반을 갖추고, 미래 글로벌 원전해체 시장 ‘톱 5’ 달성을 위해 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이 출범했다.
국내 유일의 원전해체 전문 연구기관인 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 권병훈 원장에게 원전해체 산업의 미래와 연구원의 역할과 비전에 대해 들었다.
▶한국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에 대해 소개해달라.
“한국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원복연)은 영구정지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하고 경제적인 해체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지자체·공공기관의 지원으로 설립된 비영리공익법인이다. 2020년 8월에 법인을 설립했으며, 2023년 3월에는 구(舊)원전해체연구소에서 한국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현재 고리원자력본부 인근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 경계지역에 원복연 본원이 설립 중이며, 본원에서는 다양한 노형에 적용할 수 있는 해체기술 및 경수로형 원전에 특화된 해체기술을 개발하고 실증한다. 월성원자력본부 인근 경주 나산리에 설립 중인 중수로해체기술원(분원)에서는 중수로에 특화된 해체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한국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이 하는 핵심 업무는 무엇인가?
“원복연의 미션은 원자력 환경 복원 기술을 고도화하고 청정 원전 전(全) 주기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해체 연구기관이라는 비전을 세우고, 세 가지 핵심 기능을 수행할 계획이다.
첫째로 실증 인프라를 활용해 해체에 투입될 기술과 장비를 실검증하고, 해체기술의 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2025년에는 본원에 경수로를 모사한 Mock-up(목업)이, 2026년에는 분원에 중수로를 모사한 목업이 각각 구축될 예정이다. 이 목업은 실제 원자로 환경을 모사해 작업자가 작업 전에 해체기술을 테스트하고 현장 적용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형이다.
두 번째로 해체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한 방사화학 분석과 재료 특성분석을 수행한다. 국내 최초의 중·저준위 해체 폐기물 전용 콘크리트 핫셀(Hot-Cell)이 2026년에는 본원에 구축될 예정이다. 이 핫셀은 방사성 물질을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안전 공간에서 방사성 물질을 다루기 위해 설계된 시설로, 원전 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재료 특성 분석이 가능한 시설이다. 분석완료된 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최초, 최고의 해체폐기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것이며, 이를 활용해 체계적인 관리 기준과 핵종분석 절차를 수립할 예정이다.”
▶연구원의 업무 가운데 원전해체 사업 지원 및 산업 육성 등이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원전해체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원자로 절단 ▲제염 ▲방사성 폐기물 처리 및 측정에 필요한 전문 인프라와 표준 절차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해체 산업의 요소 기술과 실증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며, 해체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기술별 데이터베이스도 마련하고 있다. 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각 요소 기술의 표준 절차를 도출하고 있으며, 구축된 표준화된 절차와 인프라는 해체 작업의 안전성을 높일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외 원전해체 프로젝트에서 활용 가능한 기술적 기반을 제공한다.
또한 해체 산업의 육성을 위해 산학연 협력을 통해 중소·중견 기업의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원전해체 분야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외의 원전해체 산업 시장은 어떤 수준인가
“글로벌 해체시장 규모는 출처에 따라 상이하지만 약 462조원으로 추산되며, 2020년대 후반부터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원전을 건설하는 만큼 해체시장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에서는 실제 해체사업에 참여해 기술 및 실적이 검증된 해체종합기업 및 전문기업이 해체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해체시장은 원전 30기 기준으로 약 26조원으로 전망된다. 계속운전에 따라 원전해체 일정이 순연될 수 있지만, 전체 해체시장 규모는 유지된다. 현재는 영구정지된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해체를 준비하고 있는 단계이다.”
▶한국 원전해체 기술 등으로 해외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나.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가 원전해체를 진행하고 있으지만, 상업용 원전을 완전히 해체한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한국은 원전산업에서 후발주자이지만, 원전 건설과 운영 부문에서 이미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의 역량을 쌓아 왔다. 이와 같은 국내 원전 산업의 기술력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해체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의 해체 경험을 통해 실적과 전문 인력을 확보한다면, 글로벌 해체 시장 진출 가능성은 충분히 높다고 판단된다.
특히, 월성 1호기와 같은 중수로 해체의 경우 세계 최초로 진행될 예정이다. 경수로 해체(고리 1호기)에서는 선진국을 빠르게 따라잡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을 취하겠지만, 중수로 해체에서는 세계 최초로 해체 기술을 선보이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중수로 해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
▶국내 원전해체 관련 기술은 어디까지 진행됐나.
“2021년에 국내 원전해체 실용화 기술(58개) 수준을 평가한 결과 선진국 대비 87%로 평가됐다. 국내 해체기술을 더욱 고도화해 고리1호기, 월성1호기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원전 해체에 적용하기 위해, 산업부·과기부가 공동으로 ‘원전해체 경쟁력강화 기술개발사업(2023~2030년, 3482억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총 31개의 세부과제가 포함돼 있으며 그중 18개 과제가 원복연의 연구·분석·실증 장비 구축과 연계돼 있다.”
▶중수로해체기술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게 되나.
“국내 원전에는 가압경수로와 가압중수로 2가지 형태의 원전이 있다.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원자로 형태와 핵연료 농축도, 원자로 냉각재 등이 경수로와는 다르기 때문에 중수로 원전해체에는 경수로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중수로해체기술원에서는 중수로 특성에 맞춘 원자로 원격 절단기술, 중수로 방사성폐기물 처리 기술 등 중수로 해체에 특화된 해체기술을 개발하고 실증할 계획이다. 특히 월성1호기는 세계 최초의 중수로 해체 사례이기 때문에, 중수로 해체에는 선행 사례가 부족해 원복연의 실증 연구가 특히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중수로 해체 분야에서 세계적 선도 기술을 확보하고, 향후 글로벌 해체 산업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11월 부산·울산에 위치한 본원에 사무동, 연구동, 목업동의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체기술 개발·실증, 원전해체 전문 인력 양성 등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또한, 2026년까지 본원의 실증분석동과 중수로해체기술원의 준공을 목표로 해, 중수로 해체에 특화된 실증 인프라 구축을 완성할 것이다.
본원과 중수로해체기술원에는 절단, 제염, 폐기물 처리, 부지 복원 연구와 기술 개발을 고도화할 수 있는 장비가 구축될 예정이다. 이 장비들은 국내 원전해체 산업의 핵심 자산으로서 산학연이 협력해 실증과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기반 디지털트윈 원전해체 플랫폼을 구축해 안전한 원전해체에 기여하고, 로보틱스와 증강현실 등의 첨단 기술을 접목해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세계적으로 영구 정지된 원전이 200여 개에 이르지만, 자력으로 원전해체를 완수한 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뿐이다. 대한민국의 원전해체 산업은 이제 막 첫걸음을 뗐으며, 이 분야의 자립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협력과 첨단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원복연은 국내외 산학연과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며 대한민국 원전 해체 산업이 세계적인 기술 리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보유하고 있는 혁신적인 기술과 인프라를 지원할 것이다. 또한 해체사업과 대형폐기물 처리사업 등을 통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원전 건설, 운영, 수출에 대한 수용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안전하고 혁신적인 원전해체 산업의 성장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리며, 원복연이 만들어갈 글로벌 리더로서의 미래에 함께해달라.”
He is
▲美 네바다 주립대 연구원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정책국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에너지부장 ▲산업통상자원부 군산자유무역지역관리원장 ▲한국전기산업연구원장
출처 : 전기신문(https://www.electimes.com)